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하 칼텍)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이하 MIT)는 서부 로스앤젤레스와 동부 보스턴에 자리 잡은 ‘명문’ 대학입니다. 두 학교는 40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공대로서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공부와 연구에만 몰두하는 칼텍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 기상천외하면서도 짓궂은 장난을 칩니다. 영어로 ‘prank(장난)’라고 하는 이 행위의 표적은 외부 기관인데, 자주 타겟이 되는 곳은 라이벌 MIT입니다.
칼텍의 선제공격
2005년 봄이었습니다. 칼텍 학생들은 MIT 캠퍼스를 찾아가 본관 정면에 새겨진 교명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를 ‘또 하나의 공대(That Other Institute of Technology)’로 바꿔 놓습니다. 미 최고의 공대는 칼텍이며 MIT는 나머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놀림이었죠.
같은 해 칼텍 학생들은 MIT 신입생들에게 가슴에 ‘MIT’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앞 면에는 MIT가 프린팅 되어있지만 뒷 면에는 ‘칼텍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because not everyone can go to Caltech)’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뭐 이쯤 되면 선전포고나 다름없죠.
MIT의 반격
MIT의 학생들도 마냥 당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MIT에도 칼텍의 ‘prank’에 대항하는 ‘hacks(자르다, 해킹하다)’라고 하는 유서 깊은 장난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찰차를 학교 옥상에 올려버리거나 다른 학교끼리(하버드와 예일)의 풋볼 시합 전광판을 해킹해 MIT를 띄우는 다소 파격적인 장난이죠.
신입생들에게 모욕을 준 칼텍에게 MIT는 복수를 계획합니다. 다음 해인 2006년 3월 MIT 학생들은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위장해 칼텍에 잠입했습니다. 그들은 칼텍의 대표 상징물인 무게 3t짜리 대포, ‘플레밍’을 훔쳐 MIT 캠퍼스로 훔쳐가버렸죠.
칼텍의 원정대는 대포가 놓여있던 자리에 ‘여기 당신들에게 어울리는 크기의 선물을 두고 간다’는 메모와 손바닥 크기의 장난감 대포를 남기고 왔다고 전해집니다.
라이벌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두 학교간의 애증어린 장난은 2007, 2009, 2010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칼텍의 공격은 2014년에 있었던 머그컵을 이용한 일화입니다.
MIT가 적힌 머그컵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색깔이 변합니다. 온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잉크를 사용한 장난이죠. 칼텍 학생들은 이 머그컵을 MIT 신입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MIT의 입학 담당자는 트위터를 통해 “서쪽에서 온 돌팔이들이 뿌리는 뱀의 기름 같은 것”이라며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두 학교의 라이벌 의식은 서로 미워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기반한다는 분석입니다. 과학 전공자들은 소속과 상관없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면 지원서를 낸다고 하는데요. 실제 칼텍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윤영대 씨는 칼텍과 MIT 대학원을 동시에 합격한 사실이 유학 소식 매체 <INY NEWS>에 소개돼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두 라이벌, 미국 과학계를 이끌다
칼텍은 2016년 현재 학부 1001명, 대학원 1,254명 등 총 2,255명의 소규모 대학으로 학생 수는 적지만 노벨상 수상자만 35명에 이릅니다. 소수 정예를 추구하는 학풍 아래 대학원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대학원 중심 대학입니다.
MIT는 학부생 4,527명으로 전 현직 교수와 연구원 중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과학 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도 중시합니다. 인근 하버드와 학점을 교류하며 학문의 경계가 없는 인재를 길러냅니다.
이들의 시너지는 미국을 과학의 선도 국가로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체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우주계획에는 칼텍과 MIT의 협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가끔 투닥대도 이런 시너지가 있기에 두 학교의 장난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