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CPA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대학은 고려대였다. 고려대는 127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고려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실시된 2020년 CPA(공인회계사시험)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고려대가 2016년부터 5년 연속 ‘왕좌 수성’에 성공한 가운데 중앙대가 돌풍을 일으켰다. 2위는 여전히 연세대의 차지였지만, 성균관대를 누르고 3위에 오른 중앙대와의 차이는 고작 3명에 불과했다. 전체 선발 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0여 명 늘어난 가운데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중앙대가 누린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와 경희대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늘었지만, 중앙대의 상승폭이 더 큰 탓에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어 서강대·한양대·서울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숭실대 순으로 상위 11개 대학이 끊겼다.
■2020년 CPA 톱11, 고대 ‘1위 지켜’, 중앙대 3위 ‘약진’ = 본지가 고시반 등 대학가 전반과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단독 조사를 실시한 결과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2020년 공인회계사시험(CPA) 2차(최종)’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대학은 고려대였다. 올해 고려대는 127명의 합격자를 내 2위권 그룹과의 격차를 20명 이상 벌리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예견됐던 결과다. 앞서 실시된 올해 1차 시험에서 240명의 합격자를 내며 일찌감치 격차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성균관대가 192명, 연세대가 179명, 중앙대가 146명 등으로 분전했지만, 고려대와의 차이는 컸다.
고려대는 사실상 최근 들어 CPA에서 ‘독주’를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고려대는 2016년 118명의 합격자를 내며 연세대를 20명 이상 차이로 따돌린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으며 5년 연속 CPA 1위를 차지, ‘절대 강자’의 면모를 선보였다. 한 때는 ‘연상고법’이란 말이 있을 만큼 상경계열은 연세대가 우위란 평도 있었지만, 최소한 CPA에서만큼은 더 이상 이와 같은 인식이 통용될 수 없는 상황이다.
예견된 결과였던 고려대의 1위 수성과 달리 2위권 그룹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어난 모양새다. 연세대가 고려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은 예년과 같은 모습이지만, 중앙대가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중앙대는 올해 2차 시험에서 103명의 합격자를 내 성균관대를 누르고 3위에 이름을 올리며, 106명으로 2위를 차지한 연세대의 턱밑을 바싹 추격했다.
중앙대는 최근 늘어난 CPA 선발 규모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CPA는 최근 2년간 매년 100여 명씩 선발인원을 확대했다. 재작년인 2018년에는 904명을 선발했지만 지난해에는 1009명, 올해는 1110명이 각각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든 상태다.
이처럼 전체 선발 규모가 늘어난 탓에 올해 CPA 상위권 대학들 중에는 지난해 대비 합격자 규모가 늘어난 사례가 많은 편이다. 올해 CPA 톱3인 고려대·연세대·중앙대에 더해 98명으로 4위를 차지한 성균관대, 85명으로 5위를 차지한 경희대도 모두 지난해보다 합격자가 상당수 늘어났다.
5위 내 대학들이 모두 지난해 대비 성과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중앙대의 실적 상승은 독보적이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 18명, 성균관대가 14명, 경희대가 13명의 합격자를 늘리는 새 중앙대는 한 해 만에 30명의 합격자를 늘렸고, 그 결과 연세대와도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중앙대는 그간 CPA를 위해 쏟은 노력들이 선발 규모 확대라는 제도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 설명했다. 중앙대 공인회계사반인 ‘용우당’의 지도를 맡고 있는 경영학부 모경원 교수는 “CPA 인원이 100명 늘어날 때마다 커트라인은 7점 정도 떨어진다. 커트라인에 걸려 아쉽게 합격 못했던 수험생들이 대거 합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동일한 조건 속에서 중앙대가 특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CPA 준비를 잘 해 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대가 그간 CPA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쏟은 노력들은 다양했다. 모 교수는 “제일 먼저 우수자원 확보가 주효했다. 글로벌금융전공의 신설과 경영학부의 입시 결과 상승으로 우수 학생들을 많이 유치했고, 해당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신입생들이 CPA에 도전할 수 있도록 토크 콘서트를 열고, 면담하는 등 CPA를 학생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며 “학교법인과 행정본부가 CPA를 위해 쏟는 지원과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차·2차 시험장을 유치해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제공했으며, 용우당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지원도 이뤄졌다. 150명 규모인 용우당 규모도 향후 200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전체 선발 규모가 늘면서 합격자가 늘어난 대학이 많지만, 6위를 차지한 서강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사례다. 지난해 74명의 합격자를 배출, 중앙대와 경희대를 누르고 4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16명이 줄어든 58명의 합격자를 내는 데 그치며 두 계단이나 순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강대가 2017년 37명으로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냈던 것을 볼 때 당시 아깝게 합격을 놓친 인원들이 2019년 대거 합격하며 좋은 성적을 냈고, 이후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조했던 2017년과 좋은 성과를 낸 2019년 외 서강대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항상 50명대 합격자를 냈던 바 있다.
7위 자리는 서울대의 차지였다. 서울대는 지난해 대비 4명이 늘어난 5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국내 최고 대학의 면모를 고려할 때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주요 자원들이 행정고시를 비롯한 여러 시험으로 분산돼 있는 구조 탓에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대학가에서는 평가한다. 고려대 정진초, 연세대 경현재, 중앙대 용우당, 성균관대 송회헌, 경희대 청현재, 서강대 서현전, 숭실대 현의제 등 공인회계사반을 필두로 대학들이 CPA 실적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서울대는 별도의 시험준비반을 갖추지 않은 채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8위를 기록한 한양대는 서강대와 비슷한 경우다. 본지가 현황을 집계한 상위 11개 대학 가운데 지난해보다 합격자가 줄어든 대학은 서강대와 한양대뿐이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60명이던 한양대 CPA 합격자는 올해 49명으로 11명 줄었다.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8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뒤를 이어 44명의 실적을 낸 서울시립대는 지난해와 동일한 9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대비 10명이나 합격자가 늘어났지만, 기존 합격 규모가 크지 않았던 탓에 순위를 끌어올리지는 못한 상황이다.
상위권 대학의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는 10위 자리의 주인은 올해 달라졌다. 3년째 경쟁을 벌이는 이화여대와 숭실대 가운데 올해는 이화여대가 웃었다. 이화여대가 33명, 숭실대가 31명으로 각각 10위, 1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0명의 합격자를 배출, 26명에 그친 이화여대를 누르고 10위를 차지했던 숭실대는 이화여대에 밀려 11위를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다만, 두 대학의 차이가 2명에 불과하기에 향후 경쟁 구도를 지켜 봐야 한다. 올해 현황이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2차 시험에서 이화여대와 공동 11위를 차지한 동국대도 언제든지 10위 내에 안착할 수 있는 대학이다.
앞으로도 이들 대학은 CPA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위 11개 대학이 낸 CPA 실적은 모두 790명. 이는 전체 모집인원인 1110명의 71.2%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체 합격자 10명 중 7명이 상위 11개 대학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702명이던 11개 대학의 합격자가 CPA 선발 규모가 101명 확대된 것에 힘입어 88명이나 늘어난 것은 이들 대학이 보유한 CPA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올해 대학별 CPA 현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학은 중앙대다. 지난해 대비 무려 30명이 늘어난 103명의 합격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는 2위를 차지한 연세대와 고작 3명 차이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사진=중앙대 제공) ■최근 5년 누적은? 고려대 1위 ‘굳히기’,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순 = 최근 5년간 실시된 CPA 누적 합격자를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CPA는 각 대학이 보유한 수험생 자원에 따라 부침이 다소 있는 시험이기에 누적 합격자를 기준으로 실적을 따져볼 필요도 존재한다.
최근 5년간의 실적을 보더라도 고려대가 단연 앞서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대학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해당 기간 동안 고려대는 총 563명의 합격자를 내며 연 평균 112명에 달하는 합격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2위를 기록해 온 연세대의 차지다. 연세대는 총 456명, 연 평균 91명의 합격자를 내며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성균관대는 올해 현황만 보면 4위로 밀려났지만, 2017년 연세대와 동수를 이루며 공동 2위에 오르는 등 그간의 빼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누적 합격자에서는 408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중앙대는 올해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누적 합격자에서는 아직 경희대와 확실히 차이를 벌리지 못한 모양새다. 중앙대는 376명, 경희대는 347명으로 5년 누적 합격자 수 차이가 29명에 불과하다. 단, 올해 두 대학의 격차가 18명으로 큰 편이기에 중앙대의 올해 실적이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는다면, 두 대학의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강대와 한양대, 서울대는 5년 누적 합격자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서강대는 278명, 한양대는 269명, 서울대는 259명으로 대학별로 10여 명 차이에 그친다. 언제라도 한 대학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 순위가 역전될 수 있는 구도다.
남은 세 대학은 모두 200명 미만의 누적 합격자를 기록했다. 서울시립대가 194명으로 다소 앞서 있는 가운데 이화여대가 153명, 숭실대가 130명이다. 숭실대가 최근 이화여대를 10위 밖으로 밀어내는 등 매서운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