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과학계의 난제였던 ‘상온 초전도체’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각국에서 검증이 한창인 가운데, 온라인에선 ‘상온 초전도체’를 소재로 한 놀이가 한창이다. 상온 초전도체로 위상이 달라진 미래의 대한민국을 과장해서 밈(meme·인터넷 유행콘텐츠)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루거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선임되고, 개발자를 배출한 고려대는 세계 1위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식이다.
발단이 된 건 지난 22일 사전논문 출판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라온 한국 연구진들의 논문이다. 연구진들은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 물질을 이용하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저항이 사라진 초전도체가 상온에서 만들어지면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나 무손실 송전 등 인류가 꿈꿔온 기술 혁신에 다가서게 된다.
학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지만, 네티즌들은 해외 일각에서 나오는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하며 각종 밈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초전도체 물질로 건물을 지어 미래형 도시로 발전하고, 반포 한강공원에 떠 있는 ‘세빛섬(세빛 둥둥섬)’은 영화 ‘아바타’ 속 공중 섬처럼 물이 아닌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는 상상이다. 초전도체가 되면 물질 내부에 침투했던 자기장이 밖으로 밀려나므로 이런 일이 가능하단 것이다.
고려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다수의 연구진들이 2008년 창업된 고려대 내 벤처 출신이다. 네티즌들은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노벨상을 받는게 아니라 고려대 교수 이름을 딴 상이 새로 생긴다” “초전도가 진짜면 고대는 미국 하버드와 통합하고 세계 1위 대학이 된다” “고려대 영어명칭이 KOREA라 다행이다” 등의 농담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는 라이벌 고려대를 이기기 위해 저항없는 ‘초전도빵’이나 ‘와이파이 무선 샤워기’ 등을 개발하고, 이런 대학 간 경쟁으로 한국이 발전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왔다.
이외에도 “초전도체 개발 이후의 G7은 경기도,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으로 바뀐다” “수십년 후의 기축통화는 원화가 될 것이다” “한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장일치 선임된다” 등의 반응도 온라인에 올라왔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소속 연구원이 ‘LK-99′ 물질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초전도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는 결과도 공유되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도 이런 놀이에 동참하고 있는데 “형제의 나라로서 자랑스럽다” 등의 댓글이 나왔고,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이제 일본은 동(東)조선”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다만 학계에선 여전히 이번 논문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 논문이 김현탁 박사의 이론을 뼈대로 하고 있는데, 김 박사가 주장하는 이론은 현재 물리학계의 정설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1990년대에도 고려대 화학과 최동식 명예교수가 비슷한 이론을 주장한 바 있지만, 구현에 실패했다.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며 논문이 철회됐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도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납-인회석은 비전도성 광물”이라며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