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인문캠퍼스에서 열린 공동 성명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입학 예정인데 학교가 없어질 위기라 재수해서 다른 학교로 가야 하나 싶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에서 만난 신입생 김 모(20)씨는 명지대학교가 폐고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법원의 회생 절차 폐지로 명지대학교 학교법인이 파산 위기에 몰리자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 회생18부(안병욱 수석부장판사)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 후 파산절차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명지대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재정문제는 오래된 만큼 학교와 법인측이 충분히 대응할 시간적 여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학교와 재단이 재정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학생들의 판단이다. 명지대 졸업생인 이 모(27) 씨는 “재학생 때부터 재단이 파산 위기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왔다”며 “오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재단이 재정문제를 신경 쓰지 않은 탓에 일어난 일이다”고 비판했다.
명지대와 법인측은 공식 파산한 것이 아니며 회생계획을 재신청해 위기를 막을 것이란 방침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내년부터 입학 정원 5%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등록금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대학의 특성상 정원 축소 조치로 재정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미 ‘폐교 위기’가 부각되고 정원아 감축되는 등 학교가 부실하다는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며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는 입장이다. 2학년 한 모(23)씨는 “파산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 위상은 이미 추락했다”며 “앞으로 유망한 교수들이 명지대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유 모(21)씨는 “언제든지 폐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되면 다른 대학을 우선 지원하려고 할 것인만큼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학교 문제에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명지대 인문캠퍼스·자연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명지학원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정현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회생 절차가 중단된 것은 법인(명지학원)의 잘못인데 피해와 책임은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인문캠퍼스와 자연캠퍼스가 힘을 합쳐 재단에 책임을 묻고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밝혔다. 그는 “교육부에 학생들의 입장을 공감해달라는 호소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지학원의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명지학원 측은 채무변제를 위해 명지전문대 부지 등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육부는 해당 부지는 교육용 자산에 해당해 매각을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비회계 수입은 법인회계 등 타 회계로 전출·대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