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 경희대학교(서울캠)

[자유]

“시장 본연의 활기를 상인 분들께 돌려주고 싶었어요”

Anonym
2021.06.20 23:24 Delete Request
Views 1017 Comment 0

“시장 본연의 활기를 상인 분들께 돌려주고 싶었어요”

2021-06-16 교육

2018년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통해 설립된 식음료문화공유상점인 녹원이 청량리 청과물시장 화재 피해 돕기에 나섰다. 녹원은 ‘청량리 프로젝트’를 진행해 텀블벅 펀딩으로 블렌딩 티와 수제 블렌딩 잼을 판매했다. 수익금은 청량리 시장 내 보이는 소화기 설치에 사용된다. 사진 왼쪽부터 오재원(외식경영학과 16학번), 정수연(조리·서비스경영학과 20학번), 강승희(조리·서비스경영학과 18학번), 최지웅(식품영양학과 16학번) 학생.

녹원 팀 ‘청량리 프로젝트’, 2020년 청량리 청과물시장 화재피해 돕기 활동
시장 물건 활용한 블렌딩 티·수제 블렌딩 잼 3종 개발해 펀딩, ‘보이는 소화기’ 설치
“녹원의 정체성인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더 넓게 실현할 방안 모색”

지난해 9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청량리 청과물시장(이하 청량리 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20여 개 점포가 피해를 보았는데, 추석 명절 대비 상품이 다량 적재돼 있어 피해 규모가 컸다. 아직도 화재피해 복구에 애쓰고 있는 청량리 시장 상인을 돕기 위해 ‘녹원’ 팀이 나섰다. 녹원 팀은 3월부터 ‘청량리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지난 5월 17일까지 텀블벅 펀딩을 통해 블렌딩 티와 수제 블렌딩 잼을 판매했다. 제작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으로 청량리 시장에 ‘보이는 소화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녹원은 2018년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리마인드 프로젝트’로 설립된 카페이다. 오랫동안 회기동을 지켜온 대표적인 노포였지만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전통찻집 녹원을 식음료문화공유상점으로 되살렸다. 지역의 맛을 발굴하고 이를 청년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녹원은 2020년부터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녹원 팀 중 강승희(조리·서비스경영학과 18학번), 오재원(외식경영학과 16학번), 정수연(조리·서비스경영학과 20학번), 최지웅(식품영양학과 16학번) 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친숙한’ 청량리 시장, 상생 방안 모색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
팀원들은 녹원에서 판매하는 차나 디저트의 재료를 사러 청량리 시장에 자주 방문한다. 그래서 시장 화재피해가 한층 더 가깝고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강승희 학생은 “청량리 시장은 친숙하고, 우리와 연결돼있다고 느낀 적이 많다. 작년 추석 즈음 시장 화재 소식을 접하자마자 상생할 방안을 모색했다. 녹원의 목적 중 하나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프로젝트의 출발을 설명했다. 이들은 청량리 도시재생센터, 우대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청량리 도시재생센터와의 회의 끝에 녹원의 정체성을 살리고, 청량리 시장 물건을 활용할 수 있는 블렌딩 티와 수제 블렌딩 잼을 개발해 판매하기로 했다. 티와 잼은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강승희 학생은 “블렌딩 티 3종 세트의 이름은 ‘삼기다(三氣茶)’로, 캐모마일, 파인애플, 배를 섞은 생기차(生氣茶), 대추, 생강, 귤피를 섞은 온기차(溫氣茶), 박하, 레몬, 생강을 섞은 활기차(活氣茶)로 구성했다”라며 “청량리 시장의 이야기와 맛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차, 잎차보다 좀 더 한국적인 차를 만들고 싶어 생강, 대추 등을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블렌딩 잼은 청량리 시장의 과일을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다. 정수연 학생은 “특색 있는 잼을 선보이고 싶어 블렌딩 잼을 새로 개발했다. 시중에서 보기 힘든 사과모과잼, 배파인애플잼, 귤잼(카라향)을 만들었다. 잼에는 다른 첨가물 없이 과일과 설탕만 들어간다”라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개발에 성공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 ‘영구동토’와 함께했다. 지난해부터 녹원과 상호 협력하고 있는 영구동토 팀은 청량리 시장의 싱싱한 과일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사진 위부터 녹원 팀이 만든 블렌딩 티와 블렌딩 잼. 팀원들은 청량리 청과물시장 물건을 활용하고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제품을 개발했다.

‘실천’ 강조하는 대학 분위기가 밑거름 돼
최지웅 학생은 “식품 분야를 전공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모르는 게 많아 유통기한 검사, 식품위생법 등 열심히 찾아가면서 준비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라고 그간의 고충을 언급했다. 잼 병 등을 사러 방산시장에 가기도 했다. 오재원 학생은 “평소 지웅이와 창업하자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방산시장에서 잼 병을 조사하며 창업 예행연습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워낙 잘 맞는 친구들끼리 하다 보니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이나 글로벌 봉사팀 같이 실천을 강조하는 대학의 분위기가 이번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게 최지웅 학생의 생각이다. 최지웅 학생은 “특히 호텔관광대학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그래서 수업 내용도 좋고 지원도 많아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도 모르는 것은 교수님들께 직접 여쭤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라고 경희 교육에 관해 언급했다.

강승희 학생은 “홍릉 도시재생센터나 청량리 도시재생센터와 같이 연계된 단체가 많은 것도 큰 장점이다. 학생들이 청량리 프로젝트와 비슷한 활동을 추진하려고 할 때 관심을 가지는 교수님이 있다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교수님을 중심으로 연대도 이어져 확실한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화재피해 돕기에 그치지 않는다. 강승희 학생은 “청년들은 시장을 낡고 오래된 것, 세련되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처럼 시장에 관심을 가진 청년도 많다는 것을 시장 상인분들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며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라고 프로젝트의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개인적인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최지웅 학생은 “팀원들의 전공이 외식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녹원에서는 티와 각종 다과를 판매하고 있는데, 잼에 대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며 지식도 쌓고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연 학생은 “누군가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이것이 계기가 돼 다른 학생들도 자신이 생각한 바를 펼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녹원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의 매력 느꼈다”
향후 계획을 물었다. 최지웅 학생은 “현재 장기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보니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더라. 녹원에서 배운 것을 잊지 않고 기술뿐 아니라 사회를 생각하는 정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입학할 때 모두가 행복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도 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민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강승희 학생은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한식을 하고 싶다. 아직 한식은 값이 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돈을 많이 지불하고도 아깝지 않을 한식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이런 부분은 젊은 사람이 도전할수록 시너지가 생긴다 생각한다”라며 “한식에 관심을 두고 계속 공부해 명인이 되는 게 꿈이다. 마찬가지로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모두 행복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 품질이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품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농민분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수연 학생의 꿈은 요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정수연 학생은 “처음 요리 배울 때 힘들게 배웠다. 그 힘듦을 알기에 내가 어느 분야의 최고가 되기보다는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최고로 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오재원 학생은 “돈을 벌기 위한 취업만 생각했는데 녹원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의 매력을 느꼈다. 녹원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해나가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녹원의 미래에 대해 학생들은 “녹원은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식음료를 다루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이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더 넓게 실현할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많은 친구가 참여해 더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더 건강하고 맛있는 식음료를 회기동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능하다면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청년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 많이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Comment(0)

Featured Forum

Featured Records

Featured CrossAdmit